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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떠나고 싶을까? / 김영하 - 여행의 이유 [독서 후기 ]

regony 2022. 10. 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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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경주 여행 갔을 때 들었던 음악, 오늘 소개할 책과 어울리는 것 같아서 선곡했다.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잠깐 내려두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하나 언제나 생각에서 그친다. 

실제로 떠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난 아직까지 혼자서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살면서 한 두 번쯤은 무조건 혼자 여행을 떠나봐야겠다는 생각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p.31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는, 떠나야만 하는,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누군가에게 환영받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환영받고 안심하고 싶은 것 같다. 우리 모두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리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p.34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떠나는 사람이, 현재 안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인간의 조상들은 원래 수렵채집생활을 했다. 

그러다 농사의 발명으로, 문명이 발전하면서, 정착했다.

정착하니, 소유물이 생기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p.44

 

 

사회가 점점 커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더 중요해졌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고대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하라

실존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우리는 인간이기이에, 인간 이외의 존재의 관점을 영영 알 수 없다.

다만 짐작하고 상상할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영위하는 시간은 '지금'이지만 , 우리는 평생 살 것처럼

하루를 낭비하는 것만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현재'에 집중하려면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목적지"가 정확해야 여행에서 헤매지 않는다.

 

계획대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이고 삶이지만

여행은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목적지"가 없는 것은 방황이다.

 

 

  

자주 떠도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오디세우스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방랑을 멈추고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는 어떤 곳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까? 과연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나는 거기에서 받아들여질까? 요술 장화를 신고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슐레밀, 그림자를 판 산나이가 내 운명은 아닐까? 그런데 삶은 과연 온당한가? 요즘의 나 역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방랑을 멈추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물어보는 작가의 글에서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여러 번 전학을 다녔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어렸을 때 여러 번 전학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많은 글귀들이 공감이 갔다.

항상 이방인이었고, 타지 사람이었던 나 또한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참 애썼던 것 같다.

실제로 어렸을 때 여러 곳을 떠돌았던 사람일수록 타인의 눈치를 과하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타인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했다.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 계속될 일이다. p.83

 

여행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타인을 만나고, 떠나보내고, 또 만나는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

누군가를 반기고,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또 그렇게 이별하고, 또 만나고 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러면서 삶에 이야기가 하나하나 더해지는 것.

 

이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나를 맞췄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그다음이 타인이다.

내가 바로 서있지 못하면, 든든한 버팀목도, 환대도 해줄 수 없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은 스스로 바로 서기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