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을 잡담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고양이처럼 있자

regony 2022. 9. 4. 20:51
반응형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른다. 두 친구의 이름은 희망과 꿈이다.

둘은 성격이 워낙 달라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다.

 

중학교 1학년 때쯤 어머니가, 고양이를 기르자 말씀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던 첫째 아이의 겁먹은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고, 그래서 신경 안 쓰고 있으면 멀찍이 앉아서 나를 쳐다보곤 했다.

 

" 도도하구먼"

 

하고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

하지만 왠지 계속 웃음이 나왔다.

'친해지고는 싶지만, 네가 먼저 올 테면 와라' 하는 태도가 귀여워서.

 

고 작은 녀석의 밀당에 정신 못 차렸다.

호기심이 많으니 가끔씩은 와서 놀아달라고 보챘다.

낚싯대처럼 생긴 노끈 장난감을 요리조리 흔들면,

이따금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고양이랑 놀아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노끈을 고양이 바로 앞에 가져다주면, 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서 흔들어도 고양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고양이한테 적당한 거리가 되어야 그들은 손을 뻗는다.

근데, 고양이들은 모든 방식이 다 그런 식이 었다.

자기만의 폼이 있었고, 자기만의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다가가는 것이 아닌, 다가오게 만드는 매력

그래도 친해지면, 먼저 다가오고,

말도 걸어주고 다한다.

 

이 친구들의 당당함이 좋았던 것 같다.

강아지의 친근함도 좋지만,

고양이의 당당함에 더 마음을 뺏긴다.

 

사람을 대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강아지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고양이처럼 나를 위해 이기적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관계든, 일이든 , 무엇이 됐든 간에

거기에 "내"가 빠지면 허전함과 공허감을 느낀다.

 

결국에 내가 나로 있는 것이 좋아야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희망과 꿈이를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

뻔뻔하게 바라는 것을 요구하는 태도나,

도도하게 밀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그들의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웃는다.

 

그들은 무엇인가 되려 하지 않는다.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요청한다.

 

"해줘"

 

"거참 뻔뻔하시군요"

라고 툴툴거리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미 마음을 뺏겼으니 어쩔 수 없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고양이처럼 있자